감상 : 대명사와 마녀와 M들의 게임 1권 - 상, 하 읽은 것 - 소설

 

 이것은 겜판입니까?
 아니오, 뭔지 모르겠습니다.

 출판사 측에서도 겜판이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이 바닥이 항상 그렇듯이 광고문구만 믿으면 안 되는 소설. 기존 게임판타지라는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나는 달빛조각사(님이 생각하는 그 겜판 맞습니다)를 비롯해서 어느 정도 이상 잘 읽히는 겜판은 소아온보다 더 높게 치는데 그 이유는 게임의 시스템이라는 부분의 구현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게임은 게임이어야 한다'. 유저 인터페이스가 어떻고 주인공이 얼마나 히든피스를 잘 찾고 독자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 겜판 내의 게임 완성도가 어떻건 간에 저것은 가장 기본적인 명제다. 그러한 점에서 소아온에서 구현된 아인크리드보다, 달빛조각사에 구현된 로열 로드가 '게임으로서 훨씬 잘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소아온보다 달조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게임판타지를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임이라는 세계를 통한 대리만족을 얻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그 기반이 되는 게임은 그럴듯해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소아온이건, 엑셀 월드건간에 게임이 '그럴듯해 보인다는 점'에 있어서 일본의 라노베 작가들은 한국 김치맨들이 겜판에서 표현한, 폐인 플레이로 다져진 게임의 구현도만큼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다.

 대명사와 마녀와 M들의 게임(줄여서 대마엠이라고 칭하겠다)은 주인공인 대명사와 히로인(?)인 마녀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오프라인 파트와 대명사가 온라인 게임인 C월드에 접속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온라인 파트로 나뉜다. 그런데 이게 '상당히 애매'하다. 글 자체는 경력 있는 작가가 썼으니만큼 상당히 잘 읽히며 완급조절도 능숙하다. 하지만 이야기의 완결성이라는 부분에서 멈춰야 할 부분에서 멈추지 않는다. 보여줘야 할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즉 대마엠은 라노베가 되지도 못하고 판타지가 되지도 못한 일종의 돌연변이다. 두 장르의 장점이 아니라 단점만 부각되어 버렸다. 오프라인 파트에서 등장하는 인물 중 비중 있는 인물은 대명사와 마녀 뿐이고 거기에서 곁다리로 큰형님과 누님이 끼어들긴 하지만, 분명히 '큰형님과 누님에 대해 언급되어야 할 부분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떡밥은 뿌리는데 회수되지 않는다. 이것은 대명사와 마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주인공과 히로인 모두 중2병의 극에 달해있다는 부분은 내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부분이니 차치하고서라도(이것은 대마엠을 읽기 전 제왕고교를 읽어서 내성이 생긴 덕분이다!) 서로의 관계에서 떡밥은 뿌려지는데 그 떡밥들이 모두 무의미하다. 떡밥 냄새는 풀풀 나는데 물어도 낚여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떡밥에 의미가 있는가?

 첫 문단에서 게임판타지는 게임의 시스템을 그럴듯하게 구현을 해야 한다고 적었는데 이 역시 대마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다. C월드의 시스템은 너무나 허술하다. 플레이어들의 일관성 없는 특수능력에서 시작해서 있는 건지 없는 건지도 모를 퀘스트와 스테이터스 등 게임 인터페이스적인 부분. 현금이 곧 파워라는 설정은 참신했지만 전투가 격화되는 부분에서는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만약 C월드의 시스템을 생각해 두었더라도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건 문제고, 시스템을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문제다. 이러한 시스템상의 허술함은 C월드가 사실은 이세계라는 반전아닌 반전을 통해 설명되게 되지만, 그렇다면 이 소설의 모호함은 더더욱 증가한다. 이것은 겜판입니까 아니면 이세계물입니까? 오프라인 파트의 회수되지 않은 떡밥과 더불어 이 작품의 뼈대가 되는 C월드에 대한 애매모호한 설정과 묘사는 작품의 정체성을 흐리게 만든다. 물론 '1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시점에서 이후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사실은 유추가 가능하겠지만, 라이트노벨이라는 딱지를 달고 나온 이상 이러한 점은 분명히 '단점'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냥 대여점용 판타지 읽는 느낌으로 읽으면 앞서 서술한 부분들을 많이 잊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독자로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안이한 결말, 작가편의적 결말,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작품을 따라오던 독자들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드는 그 결말 - 살인마의 부활 말이다. 이것은 작가 자신이 작품을 자기부정한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어째서,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이 점을 납득시키지 못한채 중2병스러운 이유를 대며 거리낌없이 실행하는 주인공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게 만든 이유를 사라지게 만든다. 여기에서 작품의 애매모호함은 극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고 통채로 다 쳐내도 본 이야기인 온라인 파트에 거의 지장이 없을 것 같은 오프라인 파트의 공기력力, 그런데 온라인 파트에서는 결국 한다는 것이 자기부정. 이런것을 쉽사리 납득할 리가 있을리가. 결국 무엇을 말하고싶은지,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다만 글로서의 퀄리티는 평균 이상으로 잘 쓰여져 있다. (내용적인 의미는 거의 없었지만) 오프라인 파트의 대명사-마녀의 관계는 재미있다. 온라인 파트의 전투신은 화려하고 박진감 있다. 라이트노벨적 완성도가 아니라 글로서의 완성도라면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 덕분에 끝까지 책을 놓지 않고 읽을 수 있었기도 하다. 재미는 있다. 2권이 나온다면 살 생각이긴 한데, 앞서 나열한 단점이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인지 진짜로 손을 놓았는지는 일단 2권에서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대마엠 1권은 아직 미완이다. 이후 나오는 이야기의 완성도에 따라 이 소설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으리라. 참고로, 제왕고교를 읽고 난 직후 대마엠을 읽었기 때문에 '재미는 있다'는 부분이 자동보정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
 2권 내용에 따라 변동 가능성 있음.
 
 덧1 : 제왕고교도 그랬지만 일러는 참 좋다. (일러스트레이터의 풀이 좁아서 그렇겠지만)
         아무리 봐도 일러만큼은 한국 라노베가 일본 라노베 뺨다귀 후려쳐도 될 정도. 
 덧2 : 하아하아 몽마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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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1111111 2012/02/09 22:06 # 삭제 답글

    일부러 그런 걸 겁니다. 원래 이 작가분 스타일이 그래요
    일반적인 기준에서 괴작이라할 만한 글을 쓰시지요
  • PPP 2012/02/10 16:50 #

    일반적인 기준이라기엔 필요조건을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
    2권을 봐야 알겠지만요.
  • WeissBlut 2012/02/09 23:35 # 답글

    글쎄요. 겜판이 굳이 시스템으로서의 게임을 구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가상현실이기 때문에 가능한 요소를 잘 짚어서 일반 판타지와 차별점을 둘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봐요. 좀 SF적인 관점이기도 하지만요.
    아 물론 그점에서 대마M은 겜판이 아닙니다.
  • PPP 2012/02/10 16:51 #

    어쨌거나 겜판은 아니라는게 중요 <-
  • 소보루 2012/02/10 09:44 # 삭제 답글

    전 겜판에서 시스템으로서의 게임을 제대로 구현 못하면 내적 개연성이 털려버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게에서 작가에 의해 포커스가 맞추어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의 다른 장소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성립이 안 되는데 애초에 그걸 완성도 높은 소설로 봐야 할지도 의문.
  • PPP 2012/02/10 16:52 #

    이 구멍이 고의적인 거라면 대단한 거고요.(작가든, 출판사든)
    고의가 아니라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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