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레이서 본 것 - 영화


만화 원작의 미국산 히어로들도 스크린에 올라가면 그것은 영화라고 불린다. 트랜스포머가 CG를 많이 썼어도 그것은 영화다. (몇명이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파이널 판타지도 그렇고, FF 7 : AC는 100% CG였지만, 나는 그것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피드 레이서는 다르다. 실제 사람이 연기하고 실제에 가까운 영상을 보여주니 영화이긴 한데 너무 파격적이다. 비현실적인 배경과 과도한 액션, 원근감, 연출 기타등등. 그렇다고 애니라고 하기에도 좀 뭐한건 사실이다.

한컴 사전에서 영화를 쳐보니 나오는 의미는, 일정한 의미를 가지고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하여 영사기로 영사막에 재현하는 종합 예술이란다. 그런 사전적 범주에서 보면 100% CG인 FF 7 : AC는 영화에 포함되지 않겠지만 나도 그렇고 내가 아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FF 7 : AC를 영화라고 부르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피드 레이서는 일단 영화라고 불리울 최소조건은 갖추어지긴 했지만, 나는 이 작품에 대해 영화라 부르기가 꺼려진다. 그러면 애니라고 부를 거냐? 라고 친구가 물어봤지만 그것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신조어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ani-vie 라든지, movi-mation 이런 것.

영화보다는 애니를 훨씬 더 많이 보는 개인적 입장에서 워쇼스키 형제의 사상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매트릭스도 1편밖에 보지 않았다.) 그들이 무엇을 만들고 싶어 했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스피드 레이서 원작과의 비교를 해 볼 거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무엇보다 나는 스피드 레이서라는 애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뭘 말하고 싶은 거냐고 묻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간단하다. 내가 스피드 레이서를 접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였다는 것이다. 미리 줄거리며 주제, 캐릭터를 다 파악하고 매체를 접하는 거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접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하지만 나는 군대라는 특수한 정보단절의 공간에 있었고, 덕분에 아무런 정보도 없다는 큰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다 보고 나서 영화관을 떠나며 바로 생각난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이 탄생한 것을 목격했다는 느낌이었다. 막 부화하려는 알을 지켜보고 있는데 뭐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알이 깨지는 것을 목격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애니건 영화건, 그 영역은 구분되어져 있었고 서로의 영향권을 침범하는 일 없이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취향을 골라 즐기면 되는, 말하자면 고착적인 상황에 있었다. 우리나라같이 땅 나눠 갖고 휴전 중이었다고 할까. 과거형으로 쓴 것은 스피드 레이서라는 괴상한 존재가 태어나면서 그 경계가 애매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사람을 찍긴 찍었지만 배경은 전부 CG라는 상황에서 애니의 형식이나 느낌, 연출을 그대로 가져와 도입시킨 스피드 레이서는 말 그대로 애니라는 엄마와 영화라는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새로운 종족이다.

새로운 종족이라는 것은, 그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단 소리이고, 그것은 이 새로운 매체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이나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피드 레이서가 앞으로의 영화계나 애니메이션 계에 끼칠 영향, 더 나아가 미디어매체에의 영향에 대해 예상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관념을 개부술 폭풍이 될 수도 있고, 찻잎 하나 흔들거리지 못하게 하는 산들바람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따로 새 살림을 차릴 수도 있다.(ani-vie 라든지, movi-mation이라는 이름-장르-을 달고.)

주관적인 시점에서 바라본 신종족, 스피드 레이서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이다. '썅, 이거 꽤 괜찮잖아!'-라고 할까, 일단 외모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내뿜는 이 새로운 신생아의 모습에 반했다고 할까. '이런 녀석 한둘쯤은 있어줘야 재밌지!' 라고 생각한다. 원체 이런 미디어 매체의 형식 변화에 대해 익숙해져 있는 세대이기 때문인지 별다른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애니를 더욱 많이 접하는 입장에서 보아도 스피드 레이서의 애니적 요소는 분명히 재미있다.

혹자는 스토리가 단순하다고 뭐라 하지만, 역시 사람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시각적 요소이니까. 나는 일단 시각부터 제압하려는 스피드 레이서의 그 화려함이 맘에 든다. 단순하다고? 단순하면 어떤가. 원래 임팩트라는 것은 단순한게 더욱 강렬한 법이다. 돈과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당연한 세계'를 부숴보고 싶다는 생각은, 비단 나 혼자만 꿈꾸는 것이 아닐 것이다. 당장 눈 앞에 펼쳐진 현실만 봐도 충분히 알고도 넘칠 만큼 냉혹하지 않은가. 그런 세계를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거라고, 이상한 거라고 생각한다면 이미 마음이 정체된 거겠지. 솔직히 로열튼 회장의 말에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틀을 깨부수는 주인공의 모습은 충분히 감동적이지 않은가? 영웅이라는 말로 칭송할 생각은 없지만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바람 역시 가지고 있다. 그랬기에 스피드 레이서의 스피드가 서킷을 제압하고 결승점에 들어섰을 때 환성을 질렀다. 앞으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도전할지는 몰라도, 워쇼스키 형제는 미지의 존재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 존재가 앞으로 어떻게 자랄지-혹은 죽어버릴지-는 나로서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 강렬한 등장으로 나를 사로잡은 그 새로운 종족에 대해, 나는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개인 평점 : 4.5 (5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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